"숨겨진 다른 속셈"을 영어로?

▶ ulterior motive

번역일: 2017.11.5

2017년 8월 21일 여배우 송선미의 남편을 살해한 20대 조씨가 결국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송선미 남편의 외할아버지인 곽 모씨의 재산 상속 문제를 두고 다투고 있던  이종사촌 곽씨의 청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자백했다. 이는 처음 사건이 발행한 후 검거되었을 때 송선미 남편에게 상속 관련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기로 약속했던 돈을 지불하지 않아 홧김에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말한 것과 대조된다. 알고 보니 그는 애초에 송선미 남편에게 정보 제공 대가로 억대를 약속받았으나 수천만원대의 돈 밖에 주지 않아 화가 나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으나, 살인을 청탁한 이종사촌 곽씨로부터는 20억 원을 약속받았다고 한다. 우리 법에서는 같은 살인의 결과가 있더라도 우발적 범죄와 계획범죄를 다르게 취급하는데다 대가로 약속받은 금액이 크기 때문에 범인인 조씨가 숨겨진 다른 동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송선미 남편 살인 사건 이후 겨우 두 달만인  2017.10월에는 한국 게임업계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 살해되는 사건도 있었다. 범인은 곧 잡혔는데 윤송이의 부친과 주차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여러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게임 업계의 큰 손인 윤송이 사장 부친이 타겟이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속셈이 있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다른 동기가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한다. 속내를 들키는 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진짜 의도나 동기를 숨기기 위해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다른 표면적 동기나 명분을 만들어 내어 사람들을 속이기도 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공표된 동기 말고 숨겨둔 다른 동기나 속셈을 영어에서는 "ulterior motive"라고 한다. "ulterior"는 좀처럼 따로 쓰지 않는 단어라서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단어인 "interior(인테리어, 내장)"이나 "exterior(익스티리어, 외장)"과 많은 스펠링을 공유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쉽게 기억할 만 하다. 
필자가 아는 나름 자신의 사업을 통해 자수성가한 분께서는 자신에게 좋은 제안, 특히 제안받은 사람에게는 좋지만, 제안하는 사람이 얻는 이익이 불분명한 제안을 하는 사람을 늘 경계한다고 한다. 이런 제안을 받으면 일주일 정도 고심해서 결정을 하는 것이 본인의 습관이라고 한다. 이런 합리적 의심이 오랫동안 쌓아온 사업을 유지하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영어에 "If something sounds too good to be true, it probably is (too good true)."라는 말이 있다. "사실이라고 믿기에 너무 좋게 들린다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라는 뜻이다. 흔하게 듣고 넘길 수 있는 말이지만, 진리가 들어 있는 말이다. 
지난 9월 양준혁은 10억 전환사채 관련 사기를 당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10억 빚을 탕감해주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다른 회사 전환사채 10억어치를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전환사채의 대상 회사의 주가가 상승 중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전환사채는 일반 채권에 주식 전환권이라는 옵션이 붙어있는 채권으로 당연히 주가가 상승 중이라면 그 채권에 붙어 있는 채권의 전환권의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이미 정해진 가격으로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므로, 주식의 가치가 채권의 가치보다 높아지면 전환권을 행사해서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면 당연히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권리에는 가격이 있기 마련이다.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 즉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의무는 없고 권리만 있는 전환권이라는 것을 주는 대신 그 전환권의 가치만큼 일반 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테슬라(Tesla)는 창립 이래 한 해, 심지어 한 분기도 이익을 낸 적이 없는 회사이다. 이렇게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가 높은 테슬라가 매년 적자를 내고도 파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전환사채를 통해 일반 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다. 이익이 나지 않는 회사에서 계속 채권만 발행하면 당연히 이자 갚기도 바쁜데, 그나마 이자를 줄여 투자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정확한 사정이야 모르지만, 양준혁에게 가치 있는 전환사채로 달콤한 제안을 한 사기꾼은 양준혁에게 정확한 전환사채의 가치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대로 된 정상 거래 관계에서라면 회사 주가가 올라 전환사채의 전환 옵션의 가치가 오르고 있었을 것이므로, 분명히 실제 거래 가격이나 가치는 액면가 10억 보다 높을 것이고, 이에 따라 액면가치 10억보다 낮은 규모의 전환사채를 주겠다고 구체적으로 딜의 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기꾼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존재하지도 않고, 줄 생각도 없었던 전환사채이니 양준혁에게 기분 좋게 계산기 안 두드리고 주겠다고 했을 것이 뻔하다. 다시 한번 "If something sounds too good to be true, it probably is." 이 상황에서도 수중에 현금이 없으니, 다른 것으로 갚겠다는 얄팍한 채무 상환 의지는 겉으로 보이는 거짓 동기이고 "ulterior motive"는 따로 있었던 셈이다. 
구글 번역기는 역시 인간의 이중적 속내까지 알기에는 역 부족인 듯, "ulterior motive"를 "우울한 동기"라고 오역했다.
▶ 수정번역: 그 사람은 숨겨진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다. 

▶ "ulterior motive" in Media

But when it's revealed that he has an ulterior motive she's forced to take matters into her own hands.
그러나, 그가 숨겨진 다른 속셈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자, 그녀는 자기 손으로 직접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The Mercury News, 2017.11.3>
* take matters into one's own hands: 일을 자기 손으로 직접 처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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