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를 영어로?

▶ a stroke of genius
번역일: 2017.10.8

그야말로 바둑 전성시대인 듯하다.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이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표현은 아니지만 유독 이 표현을 자주 듣게 된 시점이 2014년 전후가 아닌가 싶다. 그 즈음에 바둑을 테마로 인생 이야기를 다룬 윤태호 작가의 만화 "미생"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2014년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었는데, 이 작품이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이 대중들 사이에서 갑자기 득세하며 회자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미생"과는 별개의 일이지만,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4승 1패로 알파고가 이기는 기염을 토하는 사건이 있었다. 

예전에도 알파고와 사람의 대국처럼 “딥 블루”라는 IBM 수퍼컴퓨터와 사람이 체스 대결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예전의 수퍼컴퓨터와 알파고는 서로 전혀 다른 로직으로 움직인다. 수퍼컴퓨터가 rule-base 방식이라면, 알파고는 사람과 유사한 방법으로 학습한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체스에서 사람을 이기진 거의 20년이 다 되어서야 바둑에서 컴퓨터가 다시 인간을 이기는 이야기가 화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둑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체스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아서 사실상 모슨 수를 기억하거나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딥블루는 Rule-base 방식으로 모든 체스의 수를 미리 계산해서 인간을 이겼지만,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수는 거의 무한대여서 Rule-base 방식으로는 인간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알파고는 마치 인간이 바둑을 배우는 것처럼 인공지능 학습 방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알파고가 처음에 바둑을 배울 때는 인간이 만든 기보(바둑 전술을 가르치는 책)를 보면서 학습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학습할 기보가 없어 자신과 대국하면서 학습한다는 얘기를 구글에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들었다. 그 직원 말에 의하면,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시 4개 버전의 알파고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세돌과 붙은 버전은 최상이 아니라 두 번째로 성능이 좋은 버전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첫 번째 버전은 두 번째 버전보다 약 6배 정도 똑똑한 버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세돌과 대국 이후 약 1년 뒤 커제와 대국한 알파고는 1년 전 가장 똑똑한 버전보다 5배는 더 성능이 좋아진 버전이었다고 하는데, 결국 커제는 이세돌과 대국한 알파고보다 30배 이상 더 영리한 알파고와 대국한 셈이다. 커제가 고통스러워하며 결국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더 이상 대국할 상대가 없는 알파고는 커제와의 대국 이후 결국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다.
"신의 한 수"로 돌아와서, 이처럼 한국에서 때아닌 바둑 바람이 불면서 인기 있는 표현으로 자리 잡은 "신의 한 수"는 바둑에서 상대방에게 승기를 잡는 결정적인 한 수를 의미한다. 마치 인간이 아니라 신이 둔 듯한, 또는 신이 직접 찍어준 듯한 한 수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와 같은 의미를 전달하는 영어 표현이 있을까? 아시다시피, 영어권은 바둑이 아니라 체스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체스에도 신의 한 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바둑에서 따온 표현을 쓰듯이 딱히 체스에서 따온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게다가 요즘 우리말에서 쓰는 "신의 한 수"는 진지한 상황보다 상당히 가볍게 쓰이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어제 그 영화 안 보기로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라고 말해도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만큼 "신의 한 수"가 정말 아무 상황에서나 쓰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신의 한 수"에 어울리는 영어 표현은 "a stroke of genius"이다. 서양에서는 신보다는 천재에 비유한 점이 다르다. 바둑의 한 수는 "a move"라고 하지만, "a stroke of genius"에서 이에 대응되는 표현이 "a stroke"이다. 구글 번역기가 번역한 것처럼 "stroke"에는 "뇌졸중"이라는 의미도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의미일 리는 없다. "a stroke"은 "붓이나 펜의 한 획"이라는 뜻도 있는데, "획"이 단숨에 붓을 떼지 않고 한 번에 긋는 것처럼 불현듯 스치는 영감이나 천재적인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a stroke of genius"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구글 번역기의 번역 결과는 알파고의 천재성에 비하면 실망스럽다.

▶ 수정번역: 회사를 떠나기로 한 그의 결정은 신의 한 수였다. 

▶ "a stroke of genius" in Media

Whoever came up with the idea, it was a stroke of genius, considering how popular CUVs have become.
<Ward's Auto, 2017.5.18>
누가 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든, CUV가 얼마나 인기가 생겼는지 생각하면 그것은 신의 한 수였다. 
* come up with: ~을 생각해 내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결이 다르다"를 영어로?

"주상복합 아파트"를 영어로?

"촉촉한 쿠키"를 영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