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가 경매에 나왔어"를 영어로?

▶ be up for auction

번역일: 2017.10.29

뉴욕 시간으로 2017년 10월 26일 2008년 작고한 오스카상에 빛나는 배우 폴 뉴먼(Paul Newman)의 롤렉스 데이토나 시계(Rolex Daytona)가 뉴욕 필립스(Phillips) 경매에서 시계 사상 최고가인 1천7백만 달러가 넘는 가격(한화로 약 200억 원)에 팔렸다. 이 가격은 2016년 파텍 필립의 시계가 세운 종전 기록인 11백만 달러를 1년 만에 갈아치운 대기록이라 할 만 하다. 
이 롤렉스 데이토나는 그 흔한 금 도금도 없는 순수 스테인리스 케이스(stainless case) 시계인데, 60,70년대에는 250달러 정도면 살 수 있는 시계(현재 비슷한 롤렉스 데이토나 시계는 12,400 달러 정도)였다고 한다. 이 시계는 폴 뉴먼의 아내가 폴 뉴먼에게 선물한 시계로 그가 이 시계를 찬 모습이 각종 미디어와 언론에서 포착된 것이 오래되었으며, 그는 약 15년 정도 이 시계를 항상 착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연유로 폴 뉴먼이 소유한 데이토나의 모델 번호가 6239인데, 이 모델은 시계 매니아들 사이에서 "Paul Newman's Paul Newman"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을 정도로 폴 뉴먼과 동일시되는 모델이다.
뉴욕 타임즈 기사에서 이 시계는 시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시계계의 "모나리자"라고 불릴 정도로 입소문만으로 퍼지고 종적을 감춘지 오래되어 계속 찾고 있던 시계라고 하는데, 정작 이 시계가 나올 당시에는 판매 부진으로 일찍이 단종된 모델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지금은 폴 뉴먼의 유명세와 함께 더 가치 있는 시계가 되는데 더 큰 역할을 한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생전에 대중들에게는 섹시함의 상징이었던 폴 뉴먼이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물욕이 없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는 청바지를 즐겨 입고, 차도 폭스바겐의 비틀(Beetle)을 탈 정도로 유명세에 비해서 평범한 차를 소유했는데, 물론 그 비틀의 심장은 포르쉐(Porsche) 엔진을 이식하고 있었다. 
매니아들이 찾고 있던 이 시계는 폴 뉴먼의 가족이 아니라, 폴 뉴먼의 딸인 넬 뉴먼(Nell Newman)의 대학 시절 남자 친구였던 제임스 콕스(James Cox)에게서 나왔다. 그가 그 귀한 시계를 소유하게 된 배경 이야기가 또 흥미롭다. 그는 넬 뉴먼과 사귀던 대학 시절 폴 뉴먼의 집에서 정원일을 돕고 있던 중 폴 뉴먼이 시간을 묻길래 시계가 없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자신의 시계를 건네며, "밥만 잘 주면 시간은 꽤 잘 맞아"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고 한다.
제임스 콕스 자신도 그 시계를 받으면서 그것이 이런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으며, 자신도 허드렛일 하면서도 찰 정도로 귀하게 다루지 않고 일상 시계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시계가 그렇게 유명세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은 위키피디아(Wikipedia) 페이지에 자신의 시계가 올라올 정도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라고 한다. 위키피디아에는 그 시계가 어디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었는데, 제임스 콕스는 그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경매에서 나온 수익금은 제임스 콕스의 전 여자 친구이자 지금은 절친인 폴 뉴먼의 딸 넬 뉴먼이 세운 친환경 유기농 옹호 재단에 기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광석 사후 일말의 사랑도 없는 그 배우자가 김광석이 남긴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상황과 대비되어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반면 제임스 콕스가 소유한 그 시계는 엄연히 자신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시계로 그 수익금을 본인이 다 가져가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익금을 폴 뉴먼의 딸이 세운 재단에 돌려 줌으로써 결국 그 시계를 폴 뉴먼에게 돌려준 것과 다름없다. 
기계식 시계계에서는 지존으로 군림하는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의 시계를 제치고 사상 최고가에 팔린 롤렉스를 보면서 롤렉스라는 브랜드와 그 시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롤렉스는 굳이 고가 시계 브랜드 순위를 매기자면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같은 브랜드에 한참 밀리며, 10위 정도까지 열거해야 순위에 들 만한 시계 브랜드이다. 그런데 이 롤렉스는 파텍 필립을 소유한 사람이 무시하고 가볍게 건너뛰는 시계도 아니다. 오히려 파텍 필립이나 오데마 피게 같은 명품 시계를 다 거쳐본 사람도 결국 롤렉스를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의 시계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결혼 예물 시계로 군림한 롤렉스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금장 시계로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춘 아저씨들의 시계로서의 아이덴터티를 갖춘 반면 또 서브머리너(Submariner)같은 세계 최초의 잠수 시계(Diver's watch)로서 명성과 활동성의 상징이기도 하고, 유행과 세련됨의 최첨단을 걷는 뉴욕커(New Yorker)들의 시계로 알려질 정도로 브랜드가 아니라 모델별로 그 소유자의 다양한 아이덴터티를 표현해 주는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명사들이나 정치인, 연예인들도 롤렉스를 애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산 혁명가인 체 게바라도 최소한 2개 이상의 롤렉스를 소유한 것으로 유명하며, 그가 1969년 10월 9일 죽을 당시에도 롤렉스 GMT-Master를 차고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시계는 피델 카스트로가 체 게바라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또 가진 재력에 비해서 너무나 소박한 삶은 사는 것으로 알려진 워런 버핏(Warren Buffett)도 시계만큼은 롤렉스를 차는 것으로 유명한데, 나이 든 아저씨 이미지에 맞게 롤렉스 금장 Day-Date를 자주 차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실제로 롤렉스에 투자하고 싶을 만큼 탐난다는 의미에서 농담처럼 "롤렉스 같은 제네바의 시계 회사들이 자기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데, 도통 연락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 고급 시계라는 이미지의 사치재를 넘어 투자자산으로서의 롤렉스의 가치는 얼마나 있을까? 앞에서 본 경매에서 팔린 폴 뉴먼의 롤렉스 데이토나 모델이 단종되긴 했지만, 지금도 다른 모델번호의 데이토나는 생산 판매되고 있으므로, 비슷한 성능과 모델의 데이토나가 1960년에 250달러였다고 한다면 2017년 말 12,400달러까지 가격이 상승하려면 57년간 연평균 7% 이상 상승했다는 계산이 된다. 사실 롤렉스의 다른 모델을 보더라도 모델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실제로 연평균 7% 이상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성장률은 전세계적으로 장기 물가 상승률을 크게 앞서는 수치로 롤렉스가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1년 개봉한 리암 니슨 주연의 영화 "언노운(Unknown)"에서는 리암 니슨이 베를린에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문하러 갔다가 차 사고로 기억과 자신의 신분까지 상실하면서 젊은 집시 여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 대가로 모든 것을 잃고 수중에 있는 자산의 유일한 자산인 와이프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롤렉스 딥 시드웰러(Deep Sea-Dweller)를 건네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에게 지금 당장 팔아도 꽤 되는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데, 이는 롤렉스 시계가 환금성, 즉 투자계에서 흔히 말하는 "liquidity(유동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말해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물가 상승률을 넘어서는 가격 상승률과 높은 유동성은 롤렉스가 좋은 투자 자산이 갖춰야 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게다가, 소량 생산 후 단종되는 모델을 갖게 된다면 나중에 그 롤렉스 시계의 가치는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 지금도 미국의 개인 간  물품 거래 사이트인 "ebay"에서 검색어로 "Rolex"를 치면 몇 만 달러에서 몇 십만 달러도 나가는 앤티크 롤렉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 영어로 돌아와서 "경매로 나오다"는 어떻게 표현할까? 정말 영어다운 표현은 "be up for auction"이다. 알고 나면 간단하지만, "나오다"라는 우리말의 동사를 영어에서는 부사 "up"을 사용해서 표현한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구글 번역기는 "경매에 오르다"라는 어색한 번역을 했는데, 구글은 아직 경매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 수정번역: 그의 롤렉스가 경매에 나왔어.


▶ "be up for auction" in Media

Britain's oldest surviving petrol car, the 1894 Santler Dogcart, is up for auction.
<Express.co.uk, 2017.10.19>
영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유 차인 1894년 Santler Dogcart"가 경매에 나왔다. 
* surviving: 현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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