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각자 개인 취향 문제니까"를 영어로?
▶ to each his own/each to hi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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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일: 2017.10.9 |
2017년 10월 19일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To Each His Own)"라는 제목의 일본 영화가 화제다. 영화의 내용을 떠나서 회사라는 곳에 종속(?) 되어 일하는 많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쾌감을 주는 제목이 눈길을 끌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급여가 작거나, 보람이 없거나, 일이 재미가 없거나, 상사가 괴롭히거나, 동료가 꼴보기 싫거나 하는 이유로(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이런 사유 중에 하나 안 걸리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시원하게 "그럼 바이 바이"하고 나오고 싶은 충동을 꾹 누르며 사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월급쟁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제목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는 중차대한 일로 다가오는 회사를 관두는 일을 "잠깐만"이라는 말 한마디로 마치 점심 메뉴 고르는 것과 동급 혹은 그보다도 못한 가벼운 일로 바꿔버리는 그 쿨함이 직장인들에게 잠시나마 대리만족과 정신적 자유를 떠올리게 한다. 아사히 신문에서 기자라는 좋은 회사 타이틀을 박차고 퇴사한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이 2007년 1월 우리나라에서 화제를 뿌렸는다. 그의 책 제목은 "퇴사하겠습니다"인데 정말 심플하지만 우리 직장인들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하는 시원하고 강력한 메시지이다. 그 책이 고용안정을 추구하며 영원한 을로 희망퇴직되지 않기를 바라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대한민국의 고용 문화에 신선한 화두를 던진 작품 1호라면, 이번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마음 한구석 늘 퇴사를 꿈꾸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작품 2호쯤 될 것 같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던지는 이런저런 메시지를 떠나서 그 제목 옆에 괄호로 묶은 영어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한글 제목이 긴 것에 비하면 영어 제목에는 동사도 없고, 단어도 딸랑 4개인데, 언뜻 봐도 한글 제목을 번역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영어 제목을 원제목과 다르게 지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회사에 퇴사를 통보한다는 제목 내용이 연공서열이나 평생직장 개념을 오랫동안 유지한 일본과 공통점이 많은 우리나라에서야 정서적으로 충분히 공감이 가능하지만,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At-will employment"가 기본적인 고용에 대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주마다 다른 노동법이 적용되고 많은 제한과 변형이 있긴 해도 그 기저에 "At-will employment"의 큰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 "At-will employment"는 무엇일까? At-will employment는 고용주, 즉 회사가 원하면 언제든지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해고에는 직원의 과실이나 정당한 해고 사유(just cause)가 필요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직원도 물론 언제든지 회사를 그만 둘 수 있다. 물론 고용계약은 언제든지 고용주와 고용인 간에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미국의 고용계약서에서 이 "At-will employment"이라는 문구를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면 2004년부터 당시 부동산 재벌로 잘 알려진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본격적인 정치를 하기 전까지 진행한 "The Apprentice"라는 미국의 TV 시리즈에서 "You're fired!"를 거침없이 외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영화 "라라랜드"를 봐도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를 맡은 무명의 음악가인 세바스찬이 한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일하는데, 레스토랑 매니저가 정해준 연주 리스트를 무시하고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다 걸리자, 그 매니저는 그 자리에서 세바스찬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You're fired."라고 말한다. 물론 세바스찬에게 고용주의 뜻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긴 하지만, 미국이 얼마나 해고에 자유로운 나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미국 같은 고용 문화를 갖는 나라에서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같은 제목이 와 닿을 리 없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고용 계약관계이기 때문이다. "To Each His Own"이라는 영어 제목은 무슨 뜻일까? 이게 또 꽤 건질만한 표현이다. 우리말에서는 "각자 개인 취향 문제니까"에 해당되는 표현이니 얼마나 쓸모있는가? 타인의 선택이 맘에 들지 않거나,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개인의 선택의 문제고 따로 가치 판단을 할 문제는 아니라는 뉘앙스를 전달한다. 우리말에서는 "개인 취향"을 줄여 "개취니까"라고 말하는 것도 흔히 들을 수 있다.
"to each his own"은 4단어뿐이지만, 사실상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뜻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전형적인 관용적 표현이다. 구글 번역기는 사실상 이 부분의 번역을 아예 하지 않았다. "each to his own"이라고 어순을 살짝 바꿔 써도 같은 의미가 된다.
▶ 수정번역: 나는 그 영화가 좋지 않았지만, 그건 각자 개인 취향 문제니까.
▶ "to each his own" in Media
But like I said before, to each his own, we all have our right to our own opinions and we'll see how it goes.
<Niners Nation, 2017.9.30>
그렇지만, 내가 전에 말한 것처럼, 각자 개인 취향 문제죠.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의견에 대한 권리가 있는 것이고, 그게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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