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사람인지라...

▶ I'm only human.

번역일: 2017.10.9


2017년 노벨 경제학상(Nobel Memorial Prize in Economic Science)이 시카고 대학교의 행동경제학 교수인 리차드 탈러(Richard Thaler)에게 돌아갔다. 그는 행동경제학자답게 수상 후 상금을 "비이성적으로(Irrationally)"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이후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을 합리적으로(Rationally) 행동하는 인간으로 가정하고 경제 이론을 전개한 것에 대해 비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노벨 경제학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원조는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출신의 다니엘 카네먼(Daniel Kahneman) 교수이다. 그는 오랫동안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행동경제학을 같이 연구했지만, 아모스 트버스키가 1996년 사망하면서 수상 결정 당시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노벨상을 수여하는 원칙에 따라 노벨 경제학상은 다니엘 카네먼만 받게 되었다. 놀랍게도 다니엘 카네먼은 원래 경제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였다. 또한 행동경제학파로 분류되는 "로버츠 실러(Robert Shiller)" 예일대 교수도 자산 가격에 대한 경험적 분석으로 업적을 인정받아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은 직후인 2014년 동아국제금융포럼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한 적도 있다. 
사실 업적을 인정받고도 수상 전 사망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받지 못한 사람이 아모스 트버스키 말고도 또 있는데, 그 사람은 바로 피셔 블랙(Fisher Black)이다. 금융 쪽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옵션 가격 결정 공식(Option Pricing Model)인 "블랙 숄츠 모델(Black-Scholes Model)" 또는 "블랙 숄츠 머튼 모델(Black-Scholes-Merton Model)"은  모델 이름에 이미 나와 있는 것처럼 Fischer Black과 Myron Scholes, Robert Merton, 이 세 사람이 협업을 통해 만든 공동 작품이었고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 결정되었지만, 1995년 이미 사망한 피셔 블랙(Fischer Black)은 당연히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국부론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이후 200년 이상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제적 인간"이라는 단순한 가정 덕분에 수학적으로 정교해지며 엄청나게 발전해온 전통 경제학이 다니엘 카네먼을 필두로 한 행동경제학자들의 도전으로 위협받고 있다. 지금도 주류 경제학 교과서에는 행동경제학자들의 이론들이 메인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경제적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가정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탄탄한 기반을 다져온 전통 경제학의 틈 속에서 행동경제학이 선전하고 전통경제학에 비해 턱없이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하게 된 이유는 전통 경제학이 점점 현실 경제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반면 행동경제학이 더 많은 현실 문제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썬스타인과 "넛지(Nudge)"를 공동 저술하기도 한 리차드 탈러는 행동경제학 실험에서 입증된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했는데, 예를 들어 미국의 연금 제도(Pension Plan)인 "401(k)" 가입자 수를 "opt-in" 대신에 "opt-out" 방식으로 바꾸는 단순한 변경으로 기존 30%대의 가입률을 90%대로 끌어올리는 업적을 세웠다. 기존 "opt-in" 방식이 비가입 상태를 초기값(default)로 하고 있다면, "opt-out" 방식은  가입상태를 초기값으로 하여 "탈퇴"를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 가입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운전면허증에 사고로 사망 시 장기기증(Donor)을 할지를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장기기증"을 초기값으로 하고 opt-out 하도록 할 때 장기기증 선택자 수가 엄청나게 올라갔다고 한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opt-in"이든 "opt-out"이든 선택률에 차이가 나타나면 안 되는데, 인간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또 다른 행동경제학의 증거이기도 하다. "nudge"는 원래 동사로 "은근슬쩍 밀다"라는 의미가 있는데, 행동경제학에서 티 안 나게 은근슬쩍 조건을 바꾸어서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nudge(넛지)"라는 말이 나왔다. 
"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실수는 인간의 영역이고, 용서는 신의 영역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불완전(imperfect) 하고 비이성적(irrational)이다. 완벽을 추구한 대표적 인물로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들 수 있는데 그 조차도 실수를 했다. 그는 완벽의 추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When you’re a carpenter making a beautiful chest of drawers, you’re not going to use a piece of plywood on the back. (아름다운 서랍장을 만드는 목수라면 서랍장 뒷면에 합판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문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완벽을 추구하는 스티브 잡스의 성품이 느껴진다. 그러나 천하의 스티브 잡스도 2010년 아이폰 4의 "Death grip 문제(전화기의 안테나 쪽을 쥐면 수신 감도가 확 떨어지는 문제)"에 직면해서는 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살짝 남의 탓으로 돌리는 어투로 "Nobody's perfect."라는 말을 남겼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우리는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이런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저도 사람인지라.(I'm only human.)"
이 표현은 신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감정을 못 누르고 화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데, 구글 번역기의 문자 그대로의 딱딱한 번역으로는 그런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

▶ 수정번역: 나도 사람인지라.

▶ "I'm only human." in Media

I'm allowed to have bad days, I'm only human.
<BuzzFeed News, 2017.9.11>
저도 안 좋은 날이 당연히 있죠. 저도 사람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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